사업계획서를 완성한 뒤 AI에게 “선정 가능성을 평가해 달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AI는 빠르게 점수를 매기고 장단점을 정리하지만, 그 숫자는 실제 평가위원회의 판단을 재현한 결과가 아니다. 공고 원문, 배점, 제출자료, 지역 여건을 충분히 입력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조언을 그럴듯한 평가처럼 보여줄 수도 있다. AI 모의심사의 목적은 합격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친 질문을 미리 발견하는 데 있다.
첫째, 평가기준을 질문으로 바꾼다. 공고문과 사업지침에서 정책 적합성, 필요성, 실행 가능성, 예산 타당성, 성과와 지속 가능성의 항목을 그대로 추출한다. “필요성이 충분한가?”처럼 넓게 묻지 말고 “문제의 크기를 보여주는 기준연도와 비교지역은 무엇인가?”, “기존 사업으로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처럼 답에 근거가 필요한 질문으로 바꾼다. 배점이 공개됐다면 높은 항목부터 질문을 만들되, AI가 임의로 새로운 기준이나 가중치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둘째, 답변의 근거 위치를 함께 찾게 한다. 계획서의 주장마다 통계, 공고 조항, 현장조사, 협약, 산출근거가 어느 문단과 첨부자료에 있는지 표시한다. AI가 “근거가 부족하다”고만 말하면 담당자는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근거 문서의 이름과 쪽수, 작성일, 조사대상까지 연결하면 질문의 빈칸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나 오래된 정책을 인용할 수 있으므로 제시된 출처는 반드시 공식 원문에서 다시 확인한다.
셋째, 평가위원 역할을 한 사람이 아니라 관점으로 나눈다. 정책 담당 관점은 상위계획과의 연결을, 재정 관점은 단가와 연차별 부담을, 현장 관점은 이용자의 접근성과 운영 가능성을, 기술 관점은 구축·인허가·조달 위험을 묻게 한다. 여러 가상의 위원 이름이나 경력을 만들어 토론을 연출할 필요는 없다. 같은 계획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읽게 하면 한 관점에서 자연스러웠던 문장이 다른 관점에서는 약한 약속으로 보인다.
넷째, 질문을 사실 확인·판단·결정으로 구분한다. “참여기관이 확정됐는가?”는 사실 확인이고, “이 기관이 핵심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가?”는 판단이며, “협력이 지연되면 대체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는 결정 질문이다. 사실은 문서로 증명하고, 판단은 비교기준을 밝히며, 결정은 책임자와 시점을 적어야 한다. 이 구분이 없으면 담당자는 모든 질문에 설명을 늘어놓고도 정작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
다섯째, 반박 질문은 실행 순서에 맞춰 점검한다. 신청자격과 부지, 인허가, 참여기관, 조달, 운영인력, 지방비 확보, 성과 측정, 사업 종료 뒤 운영을 시간순으로 놓는다. 어느 단계가 늦어지면 다음 단계가 멈추는지, 비용이 늘면 무엇을 줄일지, 핵심기관이 빠지면 누가 대신할지를 묻는다. 특히 “협의 예정”, “추후 확보”, “지속적으로 추진” 같은 표현에는 완료 조건과 마감일을 붙인다.
모의심사 결과는 점수표보다 질문 목록·근거 위치·보완 책임자·완료일로 남겨야 한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 문장을 더 길게 쓰기보다 사업의 구조를 다시 본다. AI가 높은 점수를 줬다는 사실은 제출 근거가 될 수 없고 실제 선정 가능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검토가 끝나면 공고 원문과 기관 내부 자료를 기준으로 사람이 최종 판단하고 수정 이력을 남긴다.
공개형 AI에 주민 개인정보, 미공개 예산, 협상자료, 평가위원 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입력해서도 안 된다. 기관의 보안지침과 허용된 환경을 따르고 필요한 부분만 비식별화해 사용한다. 제출 전에는 질문마다 답변 근거의 문서명과 쪽수, 담당자를 한 번 더 대조한다. 이 기록은 발표평가 준비뿐 아니라 선정 후 협약과 집행 단계의 위험관리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좋은 AI 모의심사는 답을 대신 만드는 절차가 아니라, 실제 평가위원이 물을 질문에 조직이 근거와 책임으로 답할 준비를 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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