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사업 아이디어와 몇 가지 조건을 주면 목차, 배경, 목표, 추진내용까지 빠르게 만든다. 문장은 정돈되어 있고 익숙한 정책용어도 들어간다. 그러나 잘 읽히는 초안과 실행 가능한 사업계획서는 다르다. AI는 입력된 자료의 빈칸을 그럴듯한 연결문장으로 메우지만, 그 문장이 실제 공고와 지역의 조건에 맞는지는 책임지지 않는다. 담당자의 첨삭은 표현을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실과 사업 논리를 다시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첫째, 정책 사실부터 원문과 맞춘다. 초안에 적힌 사업명, 소관 부처, 지원대상, 신청 주체, 기간, 지방비 부담, 평가항목을 표시하고 공고문·사업지침·법령 원문과 대조한다. AI가 이전 연도의 조건을 현재 기준처럼 쓰거나 유사 사업의 내용을 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2027년 규모와 일정은 ‘확정’으로 쓰지 말고 준비 가정 또는 확인 필요 항목으로 남긴다. 인용한 정책문구 옆에는 발행기관, 문서명, 발표일, 확인 링크를 붙여 다음 검토자가 같은 근거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한다.

둘째, 지역 근거가 주장에 답하는지 본다. 인구감소, 상권침체, 청년유출 같은 큰 표현만으로는 왜 이 사업이 이 지역에서 필요한지 설명하기 어렵다. 통계의 기준연도와 지역 범위, 현장조사의 대상과 시점, 이용 데이터의 분모를 확인하고 각 근거가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연결해야 한다. ‘이용자가 적다’는 사실은 수요 부족인지 접근성 문제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AI가 요약한 숫자보다 주민이 어디에서 이탈하고 기존 서비스가 어느 단계에서 끊기는지 담당자가 해석해야 한다.

셋째, 해결수단과 원인의 거리를 좁힌다. 계획서에서 가장 자주 생기는 오류는 문제는 사람과 운영에 있는데 해법은 시설이나 장비로 곧장 뛰어가는 것이다. 문제의 직접 원인, 바꾸려는 행동, 필요한 서비스, 이를 수행할 주체를 한 줄로 연결해 본다. 연결이 끊기면 사업 항목을 늘리기보다 원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교육, 플랫폼, 공간조성, 홍보가 각각 어떤 행동 변화를 만들고 서로 어떤 순서로 작동하는지도 설명한다.

넷째, 실행 조건을 명사에서 약속으로 바꾼다. ‘민관협력’, ‘전문기관 참여’, ‘주민주도’라는 말만으로는 누가 무엇을 언제 결정하는지 알 수 없다. 총괄부서, 실행기관, 협의기관, 승인권자, 자료 제출일, 인허가와 부지, 운영인력, 조달기간을 실제 담당 단위로 적는다. 협력기관의 역할은 협약서 문구가 아니라 제공할 자원, 부담할 비용, 의사결정 권한과 중단 시 대체 경로로 확인한다. AI는 조직 내부의 결재 일정과 이해관계자의 부담을 알지 못하므로 이 부분은 사람이 채워야 한다.

다섯째, 예산이 활동과 성과를 따라가는지 검토한다. 세부 사업마다 수량·단가·기간·대상 수를 써 보고, 그 지출이 어떤 산출물과 변화를 만드는지 연결한다. 장비 구입비는 있는데 운영인력이 없거나, 행사는 많은데 후속 지원비가 없거나, 구축비는 있으나 유지비가 빠졌다면 계획의 약한 지점이 드러난다. 공고의 인정 비목과 자부담 조건을 확인하고, 국비가 끝난 뒤 지방비·수익·민간재원 중 무엇으로 운영할지도 구분한다.

첨삭 순서는 문장→사실이 아니라 사실→근거→해법→실행→예산→문장이 되어야 한다. 먼저 문장을 다듬으면 틀린 논리가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 담당자는 초안을 색으로 나눠 확정 사실, 지역 근거, 판단, 가정, 미확인 항목을 표시하고 미확인 항목이 사라진 뒤 표현을 정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공공기관이 AI를 활용할 때는 입력자료의 보안과 개인정보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주민 명단, 미공개 예산, 협상자료를 승인되지 않은 외부 서비스에 넣지 않고 기관 지침과 허용된 환경을 따라야 한다. 최종 제출본에는 사람이 확인한 출처와 수정 이력을 남긴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만드는 도구이고, 사업의 타당성과 공공 책임을 완성하는 주체는 담당자다. 좋은 첨삭은 문장을 멋지게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선정 이후에도 실행할 수 있는 약속만 남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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